프레젠테이션 Tip

프레젠테이션의 3요소 기획, 디자인, 발표?

2015.11.19868
 

프레젠테이션의 3요소 기획, 디자인, 발표?

 

대학에서 프레젠테이션 과목을 맡아 강의를 시작했을 무렵으로 기억된다. 프레젠테이션 전문회사를 운영해 온 그간의 경험을 인정해 준 대학에서 1년 30주의 프레젠테이션 과정을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해왔고 나는 이 과정을 통해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사례나 실전 경험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30주의 시간은 실전 경험만을 전달하기에는 벅차고 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 세권의프레젠테이션 서적을 읽고 분석하며 내 경험과 더불어 책의 내용을 강의 안에 첨가했다. 당시 접했던 세권의 프레젠테이션 서적들은 공교롭게도 전체적인 구성이나 전개방식이 비슷했다. 모두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의 세부 중요 요소를 기획, 디자인, 발표로 정의 하고 각각의 내용과 스킬에 대한 설명을 순차적으로 기술하는 방식을 택한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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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수업에서 프레젠테이션은 크게 기획, 디자인, 발표 3가지 중요 요소로 나눌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얘기했고 3가지 부분을 순차적으로 배워 나갈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내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프레젠테이션의 3가지 요소 중 제일 중요한 요소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었다. 그 후에도 대학이나 기업에서 프레젠테이션 강연을 할 때 간혹 동일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일정 기간 동안 “프레젠테이션의 3요소는 모두가 중요합니다. 한 가지 요소라도 잘 못되면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라는 말로 일축했다. 물론 당시 내 대답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프레젠테이션 전문가에게 바라는 책임감 있고 통찰력 있는 대답은 분명 아니었다.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의 중요 요소를 기획, 디자인, 발표, 이 세가지 요소로 나누어 정의하는 것은 아직도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권의 프레젠테이션 서적만이 아니라 최근 간행되는 대부분의 프레젠테이션 서적 역시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의 세부 중요 요소를 기획, 디자인, 발표로 나누어 정의하는 것은 프레젠테이션 준비 과정의 순차적 정의나 성격별로 유형화한 방식에 가까울 뿐이다.

 

지금 나에게 “프레젠테이션의 세가지 요소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라는 질문을 다시 한다면 예전과는 분명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첫 번째로, 세가지 요소의 중요도를 가리기에 앞서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엄밀히 이야기 하면 프레젠테이션의 중요 요소를 기획, 디자인, 발표로 나누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하나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깃거리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두 개의 요소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로 기존 구분방식에 의문을 먼저 제기할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기획은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디자인과 발표는 전달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세가지 요소를 동일 선상에서 구분 짓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획(이야깃거리)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의 본질격인 이야기 거리가 흥미를 유발할 수 없거나 그것에 청중이 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전달 방법이 세련되고 훌륭할 지라도 그 프레젠테이션은 실패할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효과적인 언어, 말, 행동으로 이야기 거리를 좀 더 세련되게 전달하는 스킬과 노하우도 중요하다. 또한 한층 더 고차원적인 방법인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동원하는 것은 설득에 있어 매우 유용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달 방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발표, 2가지 요소는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의 최상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

나는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을 연극과 비교하곤 한다. 실제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은 연극과 닮았다. 프레젠테이션 기획은 연극의 희곡(시나리오)과 디자인은 무대, 발표자는 연극의 배우와 유사한 성격을 띄고 있다. 프레젠테이션과 닮아 있는 연극에서 조차도 아무리 화려한 무대가 준비되고 연기파 스타 배우들이 출연할 지라도 연극의 중심인 시나리오가 탄탄하지 않으면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프레젠테이션 기획은 실제 프레젠테이션 상황에서 전략이나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가시화 되지 않는다.

기획은 숨어있는 본질이다. 그것은 발표자를 움직이는 동력이며 디자인의 중심 축이고 목마른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오아시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