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 Tip

발표자들의 발목을 잡는 발표 공포증, 넌 누구?

2015.11.19655
 

발표자들의 발목을 잡는 발표 공포증, 넌 누구?

(허은정 굿펠로 교육전문위원 & 카이로스파트너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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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보게 됐다. 미국의 Chapman University에서 2015년 현재 미국인들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벌였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미국 전역에 사는 1541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참여자들이 총 10개의 영역 내에 포함된 88개의 공포감을 주는 요소들에 대한 두려움의 정도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1 참조)

 

<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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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Chapman University Survey on American Fears 2015 (https://blogs.chapman.edu/wilkinson/2015/10/13/americas-top-fears-2015/)

수년간 프레젠테이션을 강의해 온 나로서는 2015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대중스피치를 과연 몇 위를 올려놓았을까 매우 궁금해졌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대중스피치는 참여자의 28.4%가 ‘매우 두렵다’ 또는 ‘두렵다’를 선택해 총 요소 중 26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1위는 총 58%가 ‘매우 두렵다’ 또는 ‘두렵다’를 선택한 정부의 부정부패, 2위는 44.8%의 사이버테러 3위는 44.6%의 기업의 개인정보 추적, 4위는 44.4%의 테러공격 등이 순이었다. 순위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중스피치는 지진, 홍수, 총기난사, 실업 등 보다 더 공포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공포 요소들 중에서 대중스피치가 상위권인 26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미국인들이 느끼는 대중스피치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공포의 영역을 개인의 걱정(Personal Anxieties)으로만 한정하면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대중스피치가 파충류, 벌레, 주사바늘 같이 보기만 해도 진저리가 나게 무섭고 싫은 항목들 중에서 영광스러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표2 참조)

 

<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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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Chapman University Survey on American Fears 2015 (https://blogs.chapman.edu/wilkinson/2015/10/13/americas-top-fears-2015/)

우리는 흔히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유난히 대중스피치가 약하다고 자평하며 그 이유를 수동적인 교육환경과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생각하며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찾았다. 그런 반면 서양, 특히 미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활발히 토론하고 발표하는 분위기에서 교육받아 우리보다 더 자신감 있게 발표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를 본 사람들은 이제 생각을 조금 달리 할 지도 모르겠다. “미국 사람들도 이렇게 대중스피치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다 비슷하구나.” 라고 말이다. 이렇듯 발표공포증은 멋진 발표를 하고 싶은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 참 야속한 장애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발표공포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몸이 떨리거나 굳는 현상,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현상 등을 많이 경험해 봤을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신체의 반응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은 아드레날린을 급격하게 분출하게 되고 그 결과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몸이 뻣뻣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대중스피치처럼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리 몸은 마치 위기상황에 처한 때와 마찬가지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되고 위와 같은 난처한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내가 유난히 못나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부족해서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기 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중 앞에서 이러한 긴장과 두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 앞에서 매번 긴장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좌절감을 겪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결국 공포감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이런 말을 했다. “연설자는 두 종류가 있다. 긴장하는 사람과 긴장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사람이다.” 평범한 우리들에게 그의 말이 적잖은 위로가 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신체적인 반응 이외에도 발표가 공포스러워지는 이유를 우리의 마음가짐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기업과 기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유형의 발표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 상대적으로 발표에 대한 공포를 더 많이 호소하는 유형은 주로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이었다. 완벽주의자들은 본인이 계획하고 의도한 대로 일이 진행되면 마음의 평안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쉽게 불안해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유형의 발표자들은 발표가 시작된 이후, 말을 더듬거나, 단어를 잘못 말하는 작은 실수 등을 범하기라도 하면 그 실수를 곱씹으며 오히려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또한 스스로 발표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믿어버리는 열등의식도 발표를 계속 두렵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본인의 외모, 목소리, 지식 정도 등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스스로 평가하며 발표 자체를 두려워한다. 완벽주의, 열등의식 모두 발표를 더 기피하게 만들고 두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발표공포증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 아직 어떻게 자유로워질 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음 호에서는 발표공포증 극복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