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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들의 발목을 잡는 발표공포증, 날 놔줘!

2015.11.19710
 

발표자들의 발목을 잡는 발표공포증, 날 놔줘!

(허은정 굿펠로 교육전문위원 & 카이로스파트너스 이사)

 

대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부전공으로 국문학을 선택했던 나는 새 학기부터 국문학과 강의를 수강해야 했다.
학기 시작한 지 한 3주 정도 지났을 무렵, 교수님께서 다음 주부터 학생들의 발표 수업을 시작하겠다고 말씀하셨고 운이 없게도 내가 다다음 시간의 발표자로 결정됐다. 교수님도 수강하는 학생들도 아직 다 낯선 상황인데 발표까지 하라니. 게다가 나는 아직 국문학의 ‘국’자도 모르는데… 무척 난감했지만 이미 발표 순서는 결정됐고 그날은 빨리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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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이 되고 나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OHP자료를 오버헤드 프로젝터에 올리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런데 첫 문장을 말하는 동안 갑자기 가슴이 쿵쿵거리며 심하게 뛰기 시작하는 거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것을 즐겨 하던 아이였고, 대학에 와서도 과대표도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학생이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당황스러운 마음을 애써 누르며 프로젝터에 놓여 있는 OHP자료를 손으로 가리키며 발표 내용에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갑자기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아닌가. 그날 나의 최고의 굴욕은 프로젝터에 투사돼 엄청난 크기도 확대된 덜덜 떨리는 내 부끄러운 손을 모두에게 들켜버렸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한동안 발표공포증에 시달려야 했다. 살면서 이런 적이 거의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이해가 안됐고,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이러면 나는 꿈을 포기해야 하나 걱정하며 좌절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년 반 후, 나는 어릴 적부터 꿈꾸던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하게 됐다.

나는 어떻게 발표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나름의 효과를 봤던 나만의 극복 비법을 살짝 공개하고자 한다.

 
 

발표 시작 전

1. 발표원고로 반복 연습하기

– 발표 내용을 정리한 원고를 여러 번 반복하여 연습한다. 특히 소리를 내어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발표 역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드시 실전처럼 소리 내어 연습해서 발표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든다.

2. 심호흡, 스트레칭, 간단한 체조 등으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준다.

– 특히 목 뒤의 근육이 경직되면 더욱 긴장되고 발음도 부정확해지기 때문에 목 뒤의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입을 크게 벌리며 입 스트레칭을 해준다. 이러한 행동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긴장을 다스리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3. 내가 발표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 발표는 발표를 듣는 청중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서 한다. 즉 발표자는 청중에게 유익한 일을 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많은 발표자들이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며 본인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 지에 더 집중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본인에게 집중할수록 작은 실수에도 쉽게 흔들리게 되고 발표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렵다.

 

발표 초반

4. 청중에게 인사를 하기 전, 먼저 청중을 바라보며 몇 초 동안 여유를 가지자.

– 가쁜 숨을 가다듬을 수도 있고 청중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도 있다.

5. 청중이 나를 환영하고 있다고 믿자.

– 청중이 나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지면 대부분의 발표자는 발표 의욕을 잃게 돼 더욱 긴장하게 된다. 그러니 청중이 나를 환영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발표를 시작한다. 특히 발표 초반에 인상이 좋은 청중과 눈을 마주치며 긍정적인 교감을 하면 쉽게 평정심을 찾고 발표를 진행할 수 있다.

 

발표 진행 중

6. 발표를 하다가 갑자기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여유를 가진다.

– 발표 중 목소리나 몸이 갑자기 떨리게 되면 발표자는 매우 당황하게 된다. 그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을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다. 그렇게 한 템포를 쉬고 다시 말을 이어가야 호흡 불안이나 몸의 긴장을 줄일 수 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청중에게 “제 발표 잘 따라 오고 계시지요? 혹시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질문해 주십시오” 등의 말을 하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전환해보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그러는 동안 긴장감이 줄어들어 다시 자신 있게 시작할 수 있다.

 
 

나는 대학 3학년 때 경험했던 그날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사건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발표공포증으로 고생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스스로 어느 정도 긴장감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위에 살짝 공개한 방법을 속는 셈 치고 발표 현장에서 적용해보자. 이 방법을 순서대로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샌가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발표공포증이 나를 놔줬다는 것을 깨달으며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